책 리뷰

[책리뷰] 그릿

ovet-t 2020. 11. 24. 02:07

 

 

 


p43. 낙담했죠. 정말 실망했지만 그 일을 곱씹고 있지는 않았어요. 다음에 어떡해야 할지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패해도 괜찮다, 더 중요한건 실패한 후에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이다.

2주일 전에 사랑하는 제자 한 명이 학원을 그만뒀다. 애지중지 키우던 제자인데 꽤나 뼈아프게 다가온다. 3일간은 멘탈이 나간채로 다녔다. 특히 전교1등 하던 제자인데 유난히 나와 수업을 시작한 이후 수학 점수가 많이 떨어져서 나의 프라이드와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되었다. 한 번이면 괜찮겠지만 이 바닥은 최대 2번까지만 허용이 된다. 2번째에도 60점대가 나오자 부모님은 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이런 일 제외하고도 나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면 점점 무너지게 된다.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모든 일에 의구심이 들게 된다. 나를 계속 의심하게 되고 결국 못 믿는 상태까지 오게 되고 모든걸 재능탓으로 돌리며 그저 월급 받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p55. <인재전쟁>에 의하면 재능 있는 직원들을 적극 기용하고 재능 없는 직원들을 적극 도태시키는 기업이 크게 성장한다. 그런 기업에서는 큰 연봉 격차는 당연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승자 독식의 경쟁적 환경을 조성해야 재능이 뛰어난 직원은 회사에 머물고 부족한 직원은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우리 학원에서도 능력이 좋은 선생님이 있고, 반대급부로 형편없는 선생님도 존재한다. 잘하는 선생님들은 대우를 해주고 못하는 선생님들은 계속 내치는 그런 살짝 무자비한 학원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늘 궁금했던 생각인데 책에서 이 부분을 긁어준다. 이 기업은 실재로 망해버렸다는데... 한 번 깊이 조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분명 이야기만 들어보면 상당히 그럴싸한데 왜 망한것일까? 일단 내 생각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오로지 성과위주로 흘러가다보니 성과가 잘 안 보이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기피하게 되고 결국 그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런 부분들이 뭉쳐서 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망하는 걸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잠시 조사를 해보니 엔론이 망한 이유는 회계조작이 근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소개한 <엔론 - 세상에서 제일 잘난놈들> 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는데 꼭 한 번 보고 싶다. 출처를 찾아야겠는데 과연 한글자막으로 돼있는게 있을지...

 


p63. 최상급 기량은 사실 수십 개의 작은 기술 및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거나 우연히 깨치고, 주의 깊은 연습을 통해 습관으로 만들고, 전체 동작으로 종합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부분 동작들 중에서 비범하거나 초인적인 동작은 하나도 없다. 정확하게 실행된 동작들이 합해져 탁월한 기량이 나올 뿐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봤다. 시간만 붓는다고 실력이 상승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결코 실력 향상을 일어낼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의식적인 노력이란 것이 글로 치니 쉬워보이지만 얼마나 어려울까. 일단 생각을 한다는 것, 의식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상당히 어렵다. 설령 한다고 할지라도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거기다가 이게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전문가들에게 배워야되는데 그러면 또 막대한 자원이 소비되겠지. 

 

필자의 직업이 수학강사다 보니 많은 선생님들의 강의를 참고하고 모방하며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있지만, 초심을 잃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결제한 강의들은 안 보기 시작한지 오래됐고, 올해를 시작하면서 끌고왔던 다짐들은 기억처럼 희미해진다. 멋진 강사가 되고 싶었고 누구보다 많이 벌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갑자기 우울해진다. 그래도 이겨내야 된다. 긍정의 사고를 가져야 된다. 쓰러지면 안된다. 

 


p68.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화에 안주하게 된다.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모아 모든 것을 소재로 활용하며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부단히 관찰하여 어디에서나 본보기와 자극을 찾아내고, 지칠 줄 모르고 자신의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

 

소질과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말하지 말라! 타고난 재능이 거의 없어도 위인이 된 이들을 여럿 들 수 있다. 그들은 탁월한 솜씨를 배워서 '천재'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유능한 장인답게 작은 부분을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진지하게 배운 다음 전체를 구성하는 일에 조심스럽게 도전했다. 그들은 눈부신 전체에 감탄하기보다 작고 부수적인 것들을 잘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에 거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어느덧 나이가 30중반이 이르렀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이룬 것을 너무 보잘 것 없고, 과거의 나는 뭐했나 스스로를 자책한다. 20대 때 열심히 놀았다. 그러고서 일은 30대부터 시작하면 돼! 그 때부터 벌어도 아직 안 늦어! 라고 자위를 몇 번이나 했는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그 소중한 시기를 그런 식으로 다 날려먹다니! 지금와서 뭔가를 변화하려고 뭔가를 이룩하려고 하니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까운지!

 

막상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보니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과연 이 바닥의 끝은 어디일까? 끝은 있는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일주일에 6~7일을 계속 일만 하면서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난 안 그럴줄 알았는데 나 또한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다. 내 집을 갖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싶다. 충분히 혼자 살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 누구보다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었고, 반드시 가정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무절제한 삶의 제동을 걸기 위해선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태해왔기 때문에, 혹은 시대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왠만한 노력으로는 위의 소망들을 이루기 너무 힘들어졌다. 과거의 일을 들어보면 멀쩡한 직장만 가지고 있어도 집 하나 갖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진대, 시대를 잘못 타고난 건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내가 바뀌면 모든게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자.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지금 와서 무슨 탓을 할텐가.

 

 

 

 

울분을 토하니 속이 조금 편하다. 휴일이 끝나간다. 내일도 열심히 일해야지.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를 남겨본다. 누군가 적으란다. 무언가 있으면 적으란다. 적는 과정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단다. 확실히 조금 편안해졌다. 조금씩 바뀌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메모장에 적어도 충분한 글을 왜 블로그에 적는가. 누구한테도 말 못할 찌질한 속내를 보이고 싶은 작은 욕망이라고나 할까. 오늘도 밤이 깊었다. 내일도 화이팅.

 

2020.11.24.